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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 서로 다른 너와 나의 동행

by 부로아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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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엘리멘탈은 2023년 6월 14일에 개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에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궁금해졌습니다. 남편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니 일단 흔쾌히 따라나섰는데 과연 어떻게 볼지도 궁금했습니다. 
 감독은 피터 손. 혹시 우리나라 사람인가 했는데 맞았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이랍니다. 아, 이 영화의 스토리를 생각해 보니 그래서 감독이 연출을 더 잘할 수 있었나 보다 했습니다. 이방인의 삶을 잘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잠깐 이방인이 되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불과 물처럼 다른 성격의 나와 남편의 모습도 영화에 비추어 보게 되었답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1. 불의 삶

  불 원소가 모여 사는 파이어랜드에서 여러 원소들이 함께 사는 엘리멘트 시티로 삶의 거처를 옮긴 엠버의 엄마와 아빠. 집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고 버려진 건물을 고쳐서 살아가기로 합니다. 거기서 엠버를 낳고 장사를 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삽니다. 엠버는 자라서 부모님의  일을 돕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이 그 가게를 경영할 생각을 가지고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분명하고 화끈한 성격의 엠버는 일처리도 잘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진상고객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유연하게 넘기지를 못하는 겁니다. 화가 치밀어올라 폭발을 하고 만답니다.
 
 이제 아버지 가게를 물려 받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의 날이 되었습니다. 엠버는 화를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세일을 해서 손님도 많고 이것저것 신경 쓸게 아주 많습니다. 결국 폭발 직전의 엠버는 지하로 내려가 화를 식히기로 합니다. 하지만 화의 힘이 너무 컸는지 파이프가 터지고 맙니다. 거기서 물이 콸콸 쏟아집니다. 엠버는 물을 조심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계속 들으며 자랐습니다. 물이 불을 꺼버릴 수 있으니까요. 설상가상으로 그 물속에서 시청 조사관인 물 원소 웨이드가 나옵니다. 그가 위반딱지를 떼려고 하자 부모님이 힘들게 일군 가게가 폐업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엠버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합니다. 도망가는 그를 쫓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불은 물만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잘못하면 다른 걸 태울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은 항상 주의를 주셨을 겁니다. 이것은 하지 마라. 저것은 조심해라. 자식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모님의 뜻에 맞춰 사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2. 물을 만난 불

 자기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던 엠버는 우연히 만난 웨이드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불같은 성격의 자신과는 다른 물 흐르듯 여유 있는 그. 물을 만지면 자신이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두려워했던 엠버가 용기 내어 웨이드를 만졌을 때 서로 공존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다른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배척하기도 합니다. 넓게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다른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며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시험지에서 정답은 하나지만, 세상에서는 정답이 여러 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다양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역시나 엠버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여러 능력들을 보여 줍니다. 웨이드는 감탄을 합니다. 둘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엠버의 부모님이 허락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반대하지 않으실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놀랐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은 여전히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생각을 지지해 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엠버와 웨이드는 둘만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부모님은 손을 흔들어 줍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뭉클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말입니다. 물을 만나 불은 이제 예전처럼 화가 나서 폭발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곁에 웨이드가 있고 자신이 선택한 새로운 삶이 있으니까요.
 
 저도 남편을 만난 후로 폭발하는 일도 없고 전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물과 불은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는데 남편이 옷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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